나는 대학생 시절 한 때 장래에 그룬트비히가 될 것이냐, 아니면 키엘케골이 될 것이냐를 두고 고민한 적이 있습니다. 둘이 다 19세기 같은 시기에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에 살았던 인물입니다. 그룬트비히는 목사로서 희망을 잃고 있는 나라에 희망의 불씨를 지폈던 사회개혁자였고 키엘케골은 순수한 철학적 사유에 삶을 바쳐 주옥같은 저서를 남긴 철학자였습니다.
대구 계명대학에서 철학과에 다니던 나는 개신교의 목사가 되어 〈그룬트비히와 같이 사회와 교회의 개혁운동에 헌신할 것이냐?〉 아니면 모교에서 철학 교수로 남아 〈키엘케골과 같이 순수하게 철학적 사유의 세계에 헌신할 것이냐?〉를 고민한 것입니다.
결국은 목사가 되어 그룬트비히가 걸었던 길을 걷고는 있으나 그와 같은 사회개혁가의 자리에 오르지는 못한 채로 목회자의 자리를 지키고는 있습니다. 덴마크는 원래는 스웨덴, 노르웨이를 포함한 넓은 지역을 통치하던 왕국이었습니다. 그러나 쓸데없는 전쟁을 여러 번 일으켜 계속 패전함으로 국토는 좁아졌고 국력은 기울어졌습니다. 특히 프로이센과의 오랜 전쟁에서 패전한 1864년 이후로는 비옥한 땅은 전승국에 다 빼앗기고 북녘의 척박한 땅 조금만 남게 되었습니다. 철저하게 망한 것입니다.
그러나 그렇게 철저하게 망하게 되어 비참한 지경에 빠지게 된 것이 오히려 국운이 일어서게 되는 획기적인 계기가 되었습니다. 덴마크가 그렇게 재기할 수 있게 된 것은 국민들에게 바른 정신을 불어넣는 선각자가 등장하여 국민들의 혼을 깨우쳤기 때문입니다. 한 사람의 선각자가 시대정신을 올바르게 깨우치게 되면서 완전히 죽어가던 한 나라가 일어서게 된 것입니다. 그 인물이 바로 그룬트비히 목사입니다. 그룬트비히라는 한 목사의 설교가 한 국가와 국민의 역사를 어떻게 살릴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한 실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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