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춘추전국시대에 정(鄭)나라에 자산(子産)이란 재상이 있었습니다. 그는 진(晋)나라와 초(楚)나라란 두 강대국 틈에 끼여 어떻게 하면 독립을 지키고 부강한 나라를 이루어 갈 것인가를 늘 노심초사하였습니다. 그는 과감한 개혁 정치를 펼쳤으나 백성들로부터 비난과 불만을 샀습니다. 특히 향교(鄕校)가 정치를 비판하는 소굴이었습니다.
어느 날 참다못한 충신이 말했습니다. 〈향교를 아예 없애는 것이 어떨까요?〉
그가 답하였습니다.
〈무릇 사람들이 정치의 잘잘못을 논하고 있는데, 그들이 잘한다고 하는 것을 실행할 것이요, 싫어하는 것으로 고쳐 나갈 것이다. 이는 곧 나의 스승이다. 나라를 다스림에는 위협으로 원망을 막을 수는 없다. 헐어버리는 것은 갑자기 막는 방법이다. 이는 비유컨대 냇물을 막는 것과 같다. 큰 물결이 밀려와 넘치면 다치는 사람이 많게 된다. 그때는 구해내지 못한다. 그러니 작은 물결일 때 잘 흐르도록 해 주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내가 이들의 비판을 듣고 약으로 쓰느니만 못하다.〉
재상 자산은 나라를 19년 동안 다스렸습니다. 그간에 정나라는 완연히 다른 나라가 되었습니다.
그의 국가 경영이 이어지자 어린이들은 남을 해코지 하는 장난을 치지 않았고 장년들은 일에 열중하였으며 노인들이 근심 없이 살아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외상으로 물건을 파는 사람이 없어졌습니다. 상거래가 물 흐르듯이 맑아졌습니다.
3년 후부터는 밤에 문단속을 하는 사람이 없어졌고 분실물을 줍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4년 후부터는 농민이 농기구를 밭에 둔 채 집으로 갔습니다. 2500년 전의 이야기이지만 이 이야기 속에 의사 표시의 자유와 국가 경영을 물 흐르듯이 할 것에 대한 교훈이 들어 있습니다. 비단 국가뿐이겠습니까? 기업도, 가정도, 나아가 교회까지 해당되는 교훈이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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